도쿄 시내에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서 있던 고민가가 최근 들어 한 채 한 채 역사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한때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집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통해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풍모가 주어질 뿐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에도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에게 있어서는 빌딩으로 가득 찬 도시 속의 그리운 고향집 같은 존재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문화의 전승과 창조가 연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타시나가와에 남은 마지막 다섯 채, 쇼와 시대의 고민가

시나가와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에도 시대의 역참마을 정경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기타시나가와 지역이 나옵니다. 지은 지 90년이 넘는 고민가 몇 채 중 일부가 게이큐 전철 그룹에 의해 리모델링되어 지금은 교류 거점 ‘SHINAGAWA 1930’으로 변신했습니다.

현재 입주해 있는 가게들 중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마마 플러스 카페’가 있습니다. 이 카페는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음식과 오락의 공간입니다.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프린터 등의 설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장기숙성 고주 전문점 ‘이니시에 주점’에서는 일반적인 사케와는 전혀 다른 풍미의 고주에 대해 배우거나 시음할 수 있습니다. 각 점포의 인테리어는 모두 각 점포가 독자적으로 시공했습니다. 공용 공간인 2층에서는 워크숍 등의 이벤트가 비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벤트 또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게 하는 다양한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니시이케부쿠로의 오아시스

북쪽을 향해 가다가 니시이케부쿠로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니시이케바레이’를 방문했습니다. 지은 지 70년이 넘은 목조 고민가 ‘Chanoma(차노마)’가 바로 이 복합공간의 중심입니다. 과거에 주인이 살았던 추억의 장소가 이제는 야외에 정원을 두고 실내에는 다타미가 깔린 찻집이 되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특선 찻잎을 사용해 만든 음료와 테린 쇼콜라입니다. 공간 내의 각 시설들은 마치 이웃처럼 서로 돕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린용 접시는 뒤쪽에 있는 식기 전문점 ‘우쓰와 base FURO’의 상품입니다. 이 가게에서는 현대 식기 장인의 작품들이 인연이 있는 사람의 거주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안쪽으로 갑니다. ‘Syokutaku(쇼쿠타쿠)’는 지은 지 50년 된 목조 연립주택을 리모델링한 건물입니다. 1층에 있는 일식 레스토랑 ‘와쿠베쓰아쓰라에 요리미치도코로후’는 니시이케부쿠로의 유명 일식집 ‘왓쇼이도코로 와쿠’가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게입니다.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가 전부 맛있습니다. 좌석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분위기가 서로 다른 카운터와 테이블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생활 거점

더 서쪽으로 가면 일본 코미디언 고 시무라 겐 씨의 고향 ‘히가시무라야마시'가 나옵니다. 여기서는 ‘인연의 정원’을 콘셉트로 한 문화복합공간 ‘모모토세’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지은 지 60년이 넘은 안채와 지은 지 30년 된 별채 등 두 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능 있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인연을 맺는 장소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안채 건물 하나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몇 개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번갈아가면서 문을 여는 ‘OFF/DO COFFEE’, 운영사 사무실, 일본종이 조형 아티스트의 워크숍 겸 전시공간인 ‘종이와 파랑’, 벽이 전부 책장으로 되어 있는 다타미 휴게공간 ‘OFF/DO BOOK LOUNGE’가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방문한 날이 금요일이라면 툇마루 쪽에 줄지어 선 일본 전통 막과자 가게에서 막과자를 산 뒤 실내의 고색창연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